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의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문구는 흑인 민권운동의 슬로건으로 널리 사용 중이다. 특히 지난달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강압적 대응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이 문구는 인종차별 반대시위 전면에 등장했다.
1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이날 ABC뉴스의 필라델피아 지역방송인 6ABC와의 인터뷰에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고 이야기해달라는 요청에 “조지 플로이드에게 일어난 일은 비극이었다”면서도 “우리는 모두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양도할 수 없는 어떤 권리를 부여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모든 이들은 평등하며, 모든 이들의 생명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진행자는 “압박하는 것을 용서해달라”며 “당신이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을 주목해야겠다”며 거듭 요청했다. “사람들이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고 말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되물으면서다.
그럼에도 펜스 부통령은 “미국 사회의 한 부분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 모든 인간의 삶은 소중하고 중요하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어 “이 때문에 우리는 경찰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고, 공공의 안전을 강화하고 향상할 방법을 찾고 있으며, 거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미 정부가 흑인들의 삶을 개선할 의지가 확고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마침 이날은 미국에서 노예제의 완전한 종식을 기념하는 ‘준틴스데이’(Juneteenth Day)였다. 1865년 6월 19일 북부군의 고든 그레인저 장군이 북부군을 이끌고 미 텍사스주 갤버스턴에 도착해 흑인들의 노예 해방령을 선포한 날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1863년 노예 해방령에 서명한 지 2년 만이었다.
한편 CNN은 펜스 부통령이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고 끝내 발언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하면서, 최근 미국에서 ‘모든 생명’을 강조하는 이와 ‘흑인 생명’을 강조하는 이가 나뉘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June 20, 2020 at 08:38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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