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은 동서남북 모두가 도심의 건물로 둘러싸여 산인지 공원인지 알 수 없었다. 오대산에서 살면서 보았던 풍경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숲속 나무의 건강 상태는 불량했으며 대부분의 나무도 아카시아였다. 새들은 참새‧비둘기‧까치 등 텃새 몇 종뿐이었고 산길은 지나치게 많아서 장마철이면 빗물에 흙이 쓸려 내려가기 일쑤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 년 내내 물이 흐르지 않아서 여름철이면 도심열섬현상과 습한 기후가 더해져 산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동‧식물, 그리고 사람들 모두가 지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이민형 채비움 서당 훈장은 그 성미산 자락에 정착하면서 “사람은 사람다워야 하고 산은 산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건강한 산 만들기를 시작했다.
산이 건강하면 사람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우공이산(愚公移山)’을 시작한 것이다. 우공이산이 어리석은 영감이 삼태기에 흙을 퍼 담아 산을 옮긴다는 뜻이지만, 결국은 어떤 일이든 꾸준하게 열심히 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결코 가능할 것 같지도 않았기에 모두가 만류했지만, 불자로 살면서 자비심과 연민심을 길러온 그는 산이 지쳐가고 사람 정서도 메말라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는 산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을 주민들에게 제안하고 2013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물을 품을 수 있는 1차 식물군과 나무 심기로 낮아진 수맥을 끌어올리고, 외래식물 교란종을 제거해 그 자리에 꽃씨를 뿌리고, 옹달샘을 만들어 산짐승들의 쉼터를 제공하고, 빗물저금통을 만들어 계곡에 물을 흘려보내 1차 식물군들의 생육과 지표면의 수분 형성에 도움을 주고, 겨울철 산 속 동물들에게 먹이주기 등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하나씩 실천에 옮겼다.
그 결과 옹달샘에 맑은 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생기를 찾은 산은 봄빛을 품어 새 생명을 키워냈다. 동‧식물이 늘어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놀면서 자라고 살면서 배우는 자연학습장이 됐다.
이 책 ‘성미산 이야기’는 그렇게 도심 속 작은 산이 생명을 찾아가는 과정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냈다. 크고 웅장하지 않은 작은 산, 그 속에 깃든 깊은 이야기와 아름다움을 통해 자연과 사람의 공존이 필요한 이유 또한 절감하게 된다. 1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45호 / 2020년 7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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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3, 2020 at 09:27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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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작은 산, 연민심으로 새 생명을 얻다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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