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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며 꿈틀대는 듯… 젖은 흙이 뿜어내는 생명의 감각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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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을 제작한 봉준호 감독이 ‘괴물 2’를 구상한다면 이 작품을 보고 협업하자고 제안하지 않을까. 흙으로 빚었다는데 파충류의 피부처럼 촉촉한 표면, 돌연변이 한 거대한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모호한 형태 탓에 얼른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5길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김주리 개인전: 모습 某濕 Wet Matter’(사진)에 나온 작품들 얘기다. 전시 제목 ‘모습(某濕)’은 한자로 젖어 있는 어떤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한글로는 겉모양을 뜻한다. 보도자료에는 “호명할 수 없는 형상(모습)과 그것의 젖은 상태(某濕), 즉 생명을 환기하는 물기에 관한 사유를 통해 흙과 물이 지닌 생명의 감각을 관람객이 경험하게 한다”고 적혀 있다.

흙으로 형상을 빚으면 최종적으로 바짝 마른다. 작가는 이런 일상의 상식을 비튼다. 그가 제작한 형상들은 전시 기간 내내 물기에 젖어 있다. 게다가 작가가 개발한 검은 흙이 주는 비밀스러운 느낌까지 가세해 전시장의 형상들은 흙으로 만들었는데도 살아 있는 듯 숨 쉬며 아주 천천히 꿈틀대는 것 같다. 그가 만든 형상들은 동물의 뼈대 같기도 하고, 해면동물 같기도 하고, 애벌레 같기도 하다. 구체적이지 않은 데서 오는 그 미스터리함 때문에 으스스하기도 해 영화 ‘괴물’의 추억이 소환되기까지 한다.

3개 층에 1개 작품씩만 설치했다. 전시하면 많이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기 마련이다. 작가는 대단한 절제력을 발휘해 딱 1점씩만 선택하는 대담성을 보였다. 경희대에서 조소를 전공했고, 2010년 송은문화재단이 수여하는 송은미술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영국 웨지우드박물관, 인도 세라믹 트리엔날레 등 다수의 국제전에 참여했다. 11월 21일까지.

글·사진=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September 12, 2020 at 02:07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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