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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생명안전포럼’ 창립식 겸 토론회가 진행됐다.     ©박준호 기자

[FPN 박준호] = 반복되는 대형 참사와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 확보 방안 연구를 위한 국회 차원의 포럼이 출범했다. 포럼의 공식 출범을 알리는 창립식에서 여ㆍ야 의원들은 생명안전을 위한 국회의 책임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1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생명안전포럼’ 창립 토론회에서 26명에 이르는 여ㆍ야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는 '생명이 존중받고 안전이 최우선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생명안전포럼’은 제21대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함께 만든 단체로 한국사회의 생명ㆍ안전 패러다임 대전환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 도입방안을 연구하는 활동을 이어간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서울노원을)이 대표의원을, 소방공무원 출신 오영환 의원(경기의정부갑)과 이탄희 의원(경기용인정)은 공동연구책임의원을 맡았다. 이밖에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고영인, 김영배, 민형배, 박주민, 변재일, 서영석, 설훈, 양경숙, 양기대, 양이원영, 윤호중, 이용선, 이재정, 이정문, 이해식, 임호선, 전혜숙, 진성준, 천준호, 최혜영 의원과 미래통합당 김기현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 여야 의원 26명이 함께 했다.

 

▲ 우원식 ‘생명안전포럼’ 대표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박준호 기자


토론회에 앞서 우원식 대표의원은 최근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를 언급했다. 우원식 의원은 “얼마 전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공기를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하다 벌어진 인재였다”며 “재해는 우연이 아니라 사소한 것들을 방치한 결과라는 걸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축사의 운을 뗐다.

이어 “작년에 산재로 사망한 855명 중 대부분이 하청노동자, 비정규직 근로자”라며 “일하는 모든 사람은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가 있음에도 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권리로써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포럼이 한 걸음 더 내딛겠다”며 “시민과 국회를 연결하는 든든한 다리가 돼 국민의 안전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함께 주최한 시민단체 ‘생명안전 시민넷’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훈 작가는 포럼 창설의 긍정적인 의미를 되새겼다.

▲ 축사 전하는 김훈 작가  © 박준호 기자

김훈 작가는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과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다. 이 수많은 죽음의 배경에는 사회경제적,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는 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며 “한 달 전 미국 경찰에 의해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마지막 말처럼 ‘우리는 숨 쉴 수 없다’고 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작가는 “그러나 생명안전포럼 창설로 우리는 생명이 존중받고 가치가 실현되는 사회로 다가가기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게 됐다”며 “시민의 선한 의지의 힘과 변화를 선도하는 정치의 힘, 모든 사람의 생명의 힘을 합쳐 우리는 그 곳으로 갈 수 있다. 이 자리에서 그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생명안전포럼’은 재난 참사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피해자와 국민의 인권 보장 등을 위한 정책 연구 개발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또 시민사회와 네트워크를 통한 시민참여 소통 활동과 국민 안전 캠페인 등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포럼 출범 알린 첫 토론회, 어떤 주제 다뤘나

서울대 백도명 교수 "방역 잘했지만 아쉬움도 있어"

▲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박준호 기자

 

기조강연자로 나선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설명하며 우리나라의 관련 대책을 설명하며 원인 규명에 대해선 다소 아쉬움을 나타냈다.

‘코로나19와 생명안전’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백 교수는 ‘K방역’이라고도 불리는 우리나라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성공 요인으로 ▲적극적인 검사 ▲스마트한 역학조사 ▲마스크 착용 권고 ▲적절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 등을 꼽았다.

백 교수는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 당 0.5명으로 62.8명인 영국과 56.9명인 이탈리아에 비해 현저히 낮다”며 “무료로 검사받을 수 있는 보건의료제도와 생활치료센터, 드라이브스루 검사소 마련 등 여러 요소가 적절히 결합된 성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감염 예방에 노력한 건 높이 평가받아야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의 근거를 우리 스스로 만들고 검토하지 못하고 외국 자료에만 의존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가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점을 낱낱이 보여줬다고도 했다. 백 교수는 “코로나19의 집단감염은 크게 신천지 교회와 구로콜센터, 이태원 클럽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왜 많은 젊은이들이 방황하며 좁은 부류에 들어가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는지, 구로콜센터는 밀집되고 열악한 환경에 속에서도 아프지만 쉽게 쉴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으로는 왜 이러한 사태가 왔는가에 대한 성찰이 시작돼야 하는 시점으로서 궁극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넘어 환경의 변화를 되돌릴 생태적 삶을 위한 산업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각자도생이 아니라면 모든 주체가 연결된 생태적 삶이 가능한 조건들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진 공동대표 “재난 반복 원인은 정부의 의지 부족”

▲ 김혜진 생명안전 시민넷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 박준호 기자

 

발제자로 나선 김혜진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는 ‘21대 국회, 생명안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국회와 정부에 과제를 제시했다.

김혜진 대표는 “재난은 우연히 발생한 불운한 사고가 아닌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가 맞물리고 중첩돼 일어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반복된 재난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부족한 건 기술이 아니라 의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2008년 40명이 숨진 이천 코리아2000 물류창고와 지난 4월 29일 발생한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를 예로 들었다.

그는 “2008년 물류창고 화재 원인은 정확하게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레탄 발포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로 인해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얼마 전 발생한 이천 화재 역시 동일한 문제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동일한 사고가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이나 체계의 문제점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또 재난 사고 가해자에 대한 약한 처벌도 반복되는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2008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 당시 기업에 물린 벌금은 2천만원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2016년 김포 주상복합 화재 당시에도 책임자의 벌금은 고작 1천만원이었고 4월 이천 물류창고의 발주처 책임자는 아예 구속되지도 않았다”며 “실질적인 재난 사고 책임자에 관대하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이어 화재 원인 등 표면적인 부분에만 집중하면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보지 못한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고양저유소 화재 원인으로 한 스리랑카인이 날린 풍등이 지목됐다. 경찰은 동일한 풍등을 날리는 시범까지 하며 스리랑카인을 실제 책임자라고 밝히려 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풍등으로 인한 화재에도 저유소가 폭발하는 정도라면 얼마나 저유소가 안전에 취약했었는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복되는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아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국민 스스로 안전을 지키기 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에 ‘국민 안전권’ 명문화, 책임자를 엄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 등 21대 국회가 풀어가야할 과제를 제시했다.

그가 꼽은 11가지 개선사항은 ▲안전권, 시민의 권리와 정부 책임의 명문화 ▲법과 제도, 정책에 대한 ‘안전영향평가제도’ ▲위험에 대해 알 권리의 제도화 ▲피해자 권리의 명문화 ▲재난 가해기업과 공무원의 책임 강화 ▲일터 안전을 위한 노동자의 권리 보장 ▲생명안전을 지키는 이들의 권리 보장 ▲재난참사에서 인권가이드라인 ▲독립적인 조사를 통해 구조적인 원인 밝히기 ▲시민참여 구조를 만드는 일 ▲축적된 위험을 발견하고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는 과제 등이다.

전문가들 “피해자부터 신경써야” 한 뜻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 © 박준호 기자

송경용 신부가 좌장으로 진행된 토론회에는 ▲서채완(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 ▲최희천(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피해지원국) 국장 ▲임자운(법률사무소 지담 변호사, 반올림 활동가) ▲유경근(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등이 패널로 나섰다.


서채완 변호사는 현행법의 제도적 미비점과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서채완 변호사는 “‘안전’의 개념을 정의한 현행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을 막고 피해자들의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피해자의 권리를 구체화하고 모든 사람에게 차별없이 보장되는 안전권을 명문화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정책과제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대책 등이 무리한 요구로 취급되기도 한다”며 “국회는 더 이상 안전 관련 법제 개혁을 미뤄선 안 된다. 법제에서 실종된 권리를 하루빨리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서채완(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와 최희천(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피해지원국) 국장  © 박준호 기자

현재의 시스템이 재난의 원인을 인과관계로만 설명하는 선에 그쳐 올바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희천 국장은 “이천 물류창고 화재 원인을 관리 부실과 작업자 부주의 등으로만 보면 정작 봐야 할 것들을 보지 못한다”며 “왜 위험한 물질이 그곳에 있었는지, 왜 하청이 이뤄지는지, 왜 법적 문제 없이 발주처는 처벌받지 않았는지 등 좀 더 포괄적으로 보게 되면 더 나아가 입법부가 해야 할 일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난 예방에는 시민이 지속해서 토론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정부와 지자체, 주민, 전문가, 피해자 등 다양한 주체가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게 좋다. 그러면 정확한 원인 파악과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으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를 위한 시민단체 '반올림'의 임자운 변호사는 노동자의 권리 강화 필요성을 설명했다.


임자운 변호사는 “수많은 독성 화학물질이 많은 반도체 공장에서 가장 위험하고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은 바로 근무하는 노동자”라며 “그들이 대체 물질 사용이나 보호 장비 제공 등을 요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막는 경직된 노사문화가 그들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주장이다.


임 변호사는 “현장의 위험성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노동자”라며 “그들 스스로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낼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에 더 많은 권리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임자운 법률사무소 지담 변호사와 유경근(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 박준호 기자


유경근 위원장은 재난 발생 시 충분한 진상규명을 위해 ‘독립조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재난 참사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상시 독립기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또 “정부와 기업 등 우리 사회가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할 때 우리는 사회적 재난 참사의 반복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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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1, 2020 at 07:1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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