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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준 나무에 새 생명을... 목공은 '힐링' 의식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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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가구산업 전시회인 '한국국제가구·인테리어산업대전·한국국제목공산업전시회' 가 열린 가운데 한 업체의 부스에 원목으로 만든 조명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목공은 원목에 정성과 노력, 시간을 녹여내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자연 그대로인 나무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또는 노력의 결실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낼 때 목공인들은 성취감과 함께 ‘힐링’을 경험한다. 교사에서 목공인으로 전업한 이경경 '포스트웍스(POSTWORKS)' 공동대표는 “본능적으로 사람들은 나무에 대한 갈망이 있어 그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며 “많은 인파가 전국의 유명한 산을 찾는 것도 넓은 의미에선 같은 맥락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함께 목공방을 운영하는 정준 공동대표는 목공이 단순한 취미나 힐링을 넘어 생계 유지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캐나다나 호주 등으로 이민을 가는 사람들에게도 목공은 인기가 높다"며 "마당이 넓은 단독주택에서 살다 보면 필요한 가구나 장비를 스스로 만들어 사용해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예 목공을 배워 기술이민을 떠나는 분들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진로직업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목공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7 붐-붐 자원봉사 페스티벌'이 5월 30일 서울 잠실롯데백화점 정문 앞 광장에서 열려 행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집고쳐 주기' 자원봉사 체험관에서 목공작업을 배우고 있다. 류효진 기자

이미 취미로서, 제2의 직업으로서 각광받는 목공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그 인기가 더욱 치솟았다. 목공 공방마다 수강 희망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혼자 만의 시간이 늘어난 사회적 현상과 관련이 깊다. 또한,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의 향기가 느껴지는 나무를 통해 자기 개발과 취미를 찾아가는 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목공 기술을 익힌 후에는 가구제작기능사와 목공예기능사, 가구제작산업기사 등 세 가지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다. 이 중 최상위 수준인 가구제작산업기사의 경우 취득이 쉽지 않다. 자격증 발행 관리 기관인 산업인력공단이 지난해 처음 시행한 자격증 시험에 수백 명이 응시했으나 단 9명 만이 최종 합격했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목공 기술 교육에 대해 이 대표는 “대다수 공방이 마찬가지인데, 아직도 도제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가르치는 사람에 따라 배울 수 있는 내용에 차이가 많다”며 “목공 관련 용어나 장비 명칭도 제각각이어서 혼란이 있는 만큼 우리 환경에 맞는 통일된 교육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7일 경기 파주시 포스트웍스 공방 자재창고 앞에서 목공장비와 자재를 펼쳐놓고 이경경(오른쪽부터), 정준 공동대표, 한지인 강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경기 일산 포스트웍스 공방에 비치된 목공작업 도구들. 서재훈 기자

무더위 속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면서도 밝기만 한 목공인들의 표정에서 아동문학가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떠올랐다. 책 속에서 일생 동안 모든 것을 내어준 나무의 희생적인 사랑에 소년은 잊지 못할 감동을 받았다. 아마도 ‘아낌없이 준다’는 표현에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위로가 포함돼 있을 것이다.

목공이란, 모든 것을 건네 준 자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고결한 의식이 아닐까.

17일 경기 파주시 포스트웍스 공방 자재창고 앞에서 평범한 목재가 실용적인 가구로 재탄생하는 모습을 펼쳐 보이고 있다. 홍인기 기자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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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 2020 at 09:17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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